논산 마음수련원에 다녀오신 사이비 불자의 할머니

지난달에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할머니 댁은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 가야산 근처 작은 마을이다.

한번 다녀오려면 차를 가져가기에 장거리 운전이다. 고속버스가 있긴 한데 하루에 한두 번이라 이틀을 꼬박 빼서 할머니댁에 다녀온다고 해도 이른 저녁부터 주무시고 마는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뵐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할머니댁 가는 해인사버스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불심이 깊으신 할머니.

할머니는 이제 여든이 넘으셔서 연세가 지긋하시고 무릎도 안 좋으시지만 한 시간에 한대씩 다니는 버스를 타고선 틈틈이 절에 다니신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논산에 있는 마음수련 명상센터에도 다녀오셨다.

할아버지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셔야 했고, 추운 집에 할머니만 혼자 계신 것이 마음에 쓰이신다고 큰아버지께서 마음수련원에 모시고 갔다. 시골집은 아무래도 춥고 썰렁하니까.

처음에는 마음수련이 사이비 종교인가 했는데 그런 데는 아니었고 충청남도 논산에 있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하러 오는 곳이었다. 나이 드신 분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그 중에서 가장 어르신이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항상 진리 말씀을 가까이 하시던 할머니. 많이 배우신 것도 아니고 한글도 잘 못쓰시지만 언제나 소박한 생활 속에서도 자기를 닦고 돌아보는 데 힘쓰셨다.

할머니는 주무시기 전에 한참 동안 마음수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다. 마음수련원 생활이 처음에는 힘드셨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이 할머니에게 명상을 알려주는 게 굉장히 어색하셨던 것 같다. 또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많이 우셨다고도 했다. 거의 며칠 동안을 우신 것 같았다. 젊은 시절 고생했던 게 많이 생각났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몇 주간을 잘 해내셨다. 할머니 연세가 보통이 아니신데도 하루 종일 명상을 해내신 게 너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마음수련을 어찌나 열심히 하셨는지 거기서도 소문이 났다고 마지막 날에는 앞에서 이야기도 했다고 자랑을 하셨다.

내가 느끼는 마음수련과 불교의 공통점은 편안한 자기 성찰인듯하다.

불자라고 해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강권하거나, 실천에 대한 책을 하지 않아서 가장 좋다. 물론 기본적인 부처님의 가르침들은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불자라면 누구든지 남에게 타이르기 전에 자기 수행을 우선시 하고 생활에서 명상하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레 사람을 이끄는 요소인 것 같다. 마음수련도 자기성찰의 과정이라고 보고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사이비 불자의 할머니댁-저녁식사
할머니는 내가 사간 재료들로 직접 요리를 해주셨다. 진수성찬 할머니표 집밥이다. 다 큰 손자를 시킬 법도 한데도 그냥 몸소 다 하신다.

 

 

홍시 먹으면서 마음수련 이야기

 

 

홍시 먹으며 마음수련-사이비 불경 이야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에게 한번도 이래라 저래라 하신 적이 없다. 나를 비롯한 손주들에게도 특별히 바라시는 게 없다. 그건 자식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시다. 선물을 바라시거나 자주 전화를 하라던가 당신을 찾아오라던가 하는 말씀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걸 보면 그렇다. 심지어 할머니댁에서 몇 날 며칠 늦잠을 자도 일찍 깨운다거나 잔소리를 하시지도 않는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자랐던 나는 그런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향이라는 것은 특별한 건 아니고 할머니의 그러하신 성품 덕분에 시끄러운 도시가 아닌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 속에서 보내었다는 점이다. 할머니와 같이 밭에서 메뚜기를 잡고 냇가에서 재첩을 건지고 마당에 감을 따먹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나와 사촌들에게 주로 하시는 말씀은 몇 가지로 압축이 되는데

하나는 공부 열심히 해라.

둘은 엄마 아빠 말 잘 들어라.

셋은 차 조심해라.

나는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가 몹시 좋았다. 할머니가 바라시는 게 있다면 누구한테 더 잘해주라는 말씀 뿐이셨다. 할아버지는 아주 무뚝뚝하셔서 대화를 오래 끌어간 적이 없지만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 보면 그 마음이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신다.

그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면 법구경의 한 말씀이 떠오른다.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라.

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는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남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생각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 법구경 —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 방식 그대로다.

사람이 잘해주는 것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게 곁에 오래 있고 싶어지는 비결인 것 같다.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참 많은 걸 배운다. 두분 다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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